강화도 당일여행 전등사 아주 큰 절
강화도 당일치기 여행의 마지막을 장식한 곳은 전등사이다. 규모가 아주 큰 사찰을 들렀음에도 대미를 장식했다고 느끼지 못하는 건 왜일까?
강화도 들어오는 막히는 길을 지나 해물칼국수를 먹고 분오리돈대에 올라 서해바다 경치를 감상하고 동막해변에 내려가 투망을 던져 물고기를 너댓마리씩 낚아올리는 어부를 구경하고 돌아가는 길에 전등사를 들르기로 했다.
우리나라의 불교 역시 역사와 전통이 깊기 때문에 지역마다 유명한 사찰이 꼭 하나씩은 있기마련이고
자연을 벗삼은 사찰을 방문하면 조용한 산사와 바람소리 옅은 향내에 마음이 편해지는지라 불교가 아님에도 절을 자주 찾게 된다.
그러다보니 이제 제법 이 절 저 절 다녀보게 되었고 또 절마다 각기 다른 특징들을 가지고 있는 점도 눈에 보이게 되었다.
전등사의 첫 느낌은 인터넷에서 본 것과는 아주 다른 크다는 느낌이었다.
들어가는 입구도 세 개?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동서남북문이 다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남문을 통해서 입장하게 되었는데 주차장의 규모 역시 거대하다. 주차 요금도 받는다. 주차요금은 시간과 상관없이 2,000원이었던 것으로 기억난다. 각 문마다 큰 주차장이 있으리라 생각하니 그 규모가 참으로 놀랍다.
주차요금과 별도로 입장료 역시 받는다. 두 당 3,000원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성인 둘이 방문하는데 8,000원이 소모됐다.
부족한 기억력을 보충해줄 사진을 첨부한다.
전등사는 고구려 소수림왕 11년, 약 1,600년 전 아도화상이 창건한 천년고찰로
대웅보전, 약사전, 전등사범종, 댕우전삼존불, 삼랑성, 맹부전시왕상이 보물로 등록되어있고
정족산사고, 양헌수장군승전비, 강화의병전투지와 전설이 있는 나부상, 은행나무 등 역사와 자연경관이 수려한 전통사찰이라고 안내한다.
사실이라면 현존하는 한국의 사찰 중 가장 역사가 길다고 한다.
전등사는 성벽에 둘러싸여있어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절과 성벽과 성문들이라니?
알고보니 이 성은 삼랑성으로 정족산성으로도 불린다. 고려사에는 단군이 세 아들에게 성을 쌓게 하였다는 기록이 있단다. 본디 토성이었는데 삼국시대에 돌을 쌓았고 고려, 조선시대를 거치면서 보강되었단다. 성 안에 전등사를 비롯해 고려시대의 가궐, 조선시대의 사고와 선원보각이 있다고 한다. 군사 요충지인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다.
성문을 지나
길을 오르면 전등사가 보인다. 명성답게 많은 인파로 북적인다. 먼저 좌측에 새로 증축한 법당을 찾아가본다.
새로 지은 법당이어서 너무 깔끔하다. 오래된 사찰에 신식 법당이 그리 이질감 없이 잘 어울어지더라. 방문객들로 붐빈지만 정작 많은 방문객 중에는 기도하는 사람이 거의 없더라.
새 법당을 나와 오른 곳에는 전등사의 대웅전이 있다. 대한민국 보물 제 178호로 1615년에 기공하여 1622년에 준공되었다고 한다.
대웅전 지붕을 떠받치고 있는 기둥에는 벌거벗은 여인, 혹은 원숭이라고 생각되는 벌거벗은 목각인형이 쭈그리고 있다.
전설은 이를 나부상이라고 부르며 대웅전을 짓던 목수가 도망친 여인에 대한 배신감으로 조각했다하고
육도집경에 기술된 석가모니의 전생에 관련해서는 석가모니가 전생에 원숭이의 왕이었고 잘 다스렸기에 원숭이들의 존경심을 표현하기 위해 조각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남녀가 평등하고 동물이 보호받는 지금 세상에서 보면 참으로 끔찍한 조각이 아닐 수 없지만 지금이야 지금이고 그 때는 그 때이니.
대웅전 앞은 수많은 사람들이 봉헌한 꽃으로 가득한다. 보시했다고 해야하려나. 많은 사람이 찾는 만큼 보시도 많은가보다.
대웅전 부처님
전등사의 전경. 유명한 사찰은 늘 사람들로 붐빈다.
보물 393호 전등사 범종
사진은 전등사 철종
중국 송나라 때 허난성 백암사 숭명사에 있던 것으로 1097년에 만들어졌다고 전해진다. 일제시대 왜놈들이 무기를 만드는데 전등사 범종도 강제로 빼앗겼다고 한다. 광복후 부평에서 큰 종이 발견되었으나 그 종이 전등사 범종은 아니었고 송나라 때 만든 종이었으며, 그 종이 현재 전등사 종루에 매달려 있다고 한다.
전등사 한켠에서는 소원지를 매달아 소원을 태우는 행사를 하고 있는데 소원지 보시금이 아주 정확히 명시되어 있다.
2,000원 이상.
사찰인듯 마켓인듯 헷갈리네?
전등사에서 본 풍경이 그리 달갑지만은 않았던 이유인가보다.
똑같은 하늘아래 바라보았던 분오리돈대 위 풍경은 가슴에 바닷바람이 스미었는데
어째 전등사에서 바라본 하늘과 땅은 답답하니 막힌 느낌이 든다.
지금보니 사찰의 풍경이 아니라 도시의 풍경이던가? 아니면 풍물마켓인가, 사찰체험전시관인가, 전통문화체험관인가?
역사문화축제가 열린다는 배너가 보인다. 이름만 대도 쟁쟁한 가수들이 한두명도 아니고 예닐곱? 이곳을 방문한다고 한다.
지자체와 함께 진행하는 것인지 혹은 전등사 독자적으로 진행하는 것인지 참 많은 예산이 소요되는 축제가 산 속에서 열리는구나 싶었다.
지역주민을 위한 것인가? 전등사 신자들을 위한 것인가? 잘 모르겠다.
어딜가나 방문객
고찰에 늘 함께하는 보호수 그리고 전등사에서 보는 산하
한 켠에는 방문객을 위한 기념품 판매소 겸 찻집도 있다.
참으로 규모가 큰 절인데 그 명성이 그리 대단치 않았던 것 같다. 강화도하면 전등사? 아름다운 절? 이런 명성은 없었던 듯.
그러나 크지 않은 명성에도 불구하고 방문객이 넘쳐나고 규모도 참 크다.
조금은 시끄럽고 먼지날리고 정신 없는 민속촌 같다.
어디든 너무 많은 사람이 몰리는 곳은 그에 따른 부작용을 늘 동반하는 듯 하다.
그러고보니 빨리 중국의 사드보복이 중단되어서 생활의존도가 높았던 사람들 사정이 좀 나아졌으면 좋겠긴 개뿔
내 사정 먼저 좋아지고 그네들도 괜찮아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