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성산일출봉이 보이는 꽃담펜션 근처의 흑돼지 맛집 뚱삼춘연탄구이
제주도를 방문했다면 흑돼지를 아니 먹어볼 수야 없겠지요?
첫 날 머물게 된 꽃담펜션 인근 맛집으로 복자씨연탄구이집을 검색했었습니다.
하지만 복자씨 연탄구이집은 초 만원! 대기팀도 엄청나게 많은데 테이블도 그리 많지 않더군요.
사실 실내에는 환기가 잘 되지 않는지 빠지지 않는 연탄연기가 자욱하게 꽉 찬데다가 사람들까지 북적북적하니 시끄럽고 불편해보여서 별로 끌리질 않더군요. 그래도 왠지 관광지라서 이런 북적함이 더 잘어울리는 듯한 느낌도 한편 들긴 했어요.
아무튼 너무 오래 대기할 것으로 예상한 우리는 인근의 다른 맛집을 찾아 걸었습죠. 지도에 보니 근처에 고깃집이 두 군데 정도 더 검색이 되더라고요. 5분? 거리에 깔끔한 실내 좌식 고깃집이 한군데 있고 또 한 곳이 복자씨연탄구이집과 같은 메뉴인 흑돼지 연탄구이 고기집으로 이름이 뚱삼춘연탄구이였어요. 이곳도 대기자가 많았지만 복자씨네보다 덜 해서 대기자 명단을 적어놓고 이곳에서 기다렸죠. 한 30분 기다렸을까? 드디어 한 자리 났습니다.
아래 사진에는 어두워서 잘 안 나왔지만 저기 멀리 성산일출봉의 그림자도 보이는 바닷가 자리에 당첨됐습니다.
연탄구이 참 오랜만입니다. 종로 어느 구석의 연탄불고기 맛집이 생각나네요.
숯이나 다른 연료에 비해 값이 싸서 한 때 고깃집에서 사랑받았지만 유독가스 때문인지 이제는 도시에서 찾아보기가 힘들게 됐지요.
연탄 흑돼지 600그램에 53,000원, 일반 돼지는 41,000원으로 600그램 단위로 첫 주문을 받는다.
목살 한 덩어리와 오겹살 한 덩어리가 나오게 되는데 구 덩어리 모두 굉장히 기름지다.
가격이 기억나지 않아서 포털사이트에서 검색을 해봤는데 살코기가 많아보이는 사진은 사기다. 목살도 지방층이 굉장히 두껍고 오겹살은 거의 근육이 보이질 않는다. (처음 나온 오겹살이 그냥 지방덩어리라서 한 번 바꿔달라고 했다.)
고기 상태를 확인하지 전에 가지고 나오자마자 불판에 그냥 올려버리니
꼭 불판에 올리기 전에 고기를 확인하고 근질이 많은 상품으로 바꿔달라고 하자.
바다를 앞에 두고 고기를 구워 먹으니 진정 휴가를 온 기분에 흠뻑 젖는다.
고기는 먹고 싶은 크기로 자를 수가 없다. 가위를 달라고 세차례 요청했으나 거절 당했다. 이유인 즉슨 가장 맛있는 두께로 잘라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흑돼지라도 내 입맛은 내가 안다. 내가 먹을 고기 내 마음대로 못 잘라 먹나? 가위가 많이 없어지나?
매번 이거 더 잘라주세요. 이야기 하기가 참 불편했다. 그저 테이블 회전수를 높이기 위함이 아닌가...?
아래 사진에 보면 길다란 것이 목살이고 짤뚱한 것이 오겹살이다. 비계가 과하게 많은데 처음 먹어보니 이것이 상품인지 하품인지 알 길이 없다.
적어도 검색되는 뚱삼춘 대표사이트 사진들과 비교하면 거의 먹을 수 없는 비계덩어리 쓰레기 수준이다.
솔직히 관광지 특수로 인해 친절한 서비스나 좋은 품질을 제공하지 않아도 해외단체 관광객이나, 국내관광객 모두 다시 찾을 확율이 희박할테니
이윤을 많이 남기려면 실내인테리어에 돈을 들일 이유가 없고 상품도 가장 하품을 가져다 써도 모를일, 알바는 모두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애들이었다. 양심을 믿고 소비자는 구매를 하게 되는데 제주도는 영... 신뢰가 가지 않는다. 대규모 단체 관광객의 여파인가...
여튼 굉장히 기름지지만 비계가 크게 붙어있지 않은 부분의 목살은 살 속에 적당한 기름기가 있어서 매우 맛있었다. 생각 같아선 수퍼에서 흑돼지 목살만 사다가 실컷 먹고 싶었지만 제주 농협 하나로마트에는 흑돼지를 팔지 않더라... 이유가 있나?
서울에도 흑돼지 판매처가 있다. 물가가 최고로 비싼 역삼역 인근에서 흑돼지 목살이 200그램에 15,000원이니
황당하게도 서울에서 흑돼지는 더 저렴하게, 더 편하게, 더 좋은 서비스로 먹을 수 있는 셈이다. 다 지난 지금에서야 하는 생각이지만 참 지랄맞다.
아무튼 당시에는 이런 저런 생각들의 싹을 잘라버리고 맛있게 먹었다.
허름한 가게도 좋고 특히 멜젖에 찍어먹는 흑돼지의 맛은 정말 압권이다. 입에서 살살 녹는 그 맛은 정말 베스트!
한라산의 맛이 궁금했지만 마눌님과 함께 올래를 한 잔 즐겼다~
아름다운 풍경과 맛있는 안주를 두고 술 한 잔 얼큰하게 하고 돌아오는 길
밤바다의 운치가 굉장하다.
아름다운 제주도, 맛있는 음식, 사랑하는 사람. 그리고 물질만능주의 조또. 이러니까 제주도보다 일본가는게 낫다는 소리들을 하지....으이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