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들과의 겨울 여행 계획에 동참하게 된 곤지암리조트로의 보딩 여행.
스키나 보드와 친하지 않았다. 주변에 겨울 스포츠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없고 본인도 마찬가지였으니까.
10년쯤 됐으려나 딱 한 번 당일치기로 낮에 스키장을 방문해본 경험이 있다. 교회에서 단체로 가는 일정이었는데 경험해보자는 취지에서 참가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뭐 하나 제대로 갖춰진 것도 없이 여기저기 정신없이 다니다가 눈밭에서 몇 번 넘어지고 끝난 것이 아니었나 싶다. 리프트를 한 번 탔었는지 두 번을 탔었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한데 확실한 것은 넘어지기만 엄청 많이 넘어지고 한 번을 제대로 서서 못내려왔던 기억이다. 그리고 집에 오는 길에 생각했지. '재미없는 스포츠다!'라고.
벌써 3년이 다 되어간다. 재작년 봄이었던가. 몸이 찌뿌둥하고 운동을 하고 싶은데 그동안 해오던 운동들(헬스나 격투기나 수영)이 아닌 새로운 스포츠를 해보고 싶은 마음에 클라이밍과 스케이트보드 중 어떤 운동을 시작해볼지 고민했던 때가 있다.
마침 집 가까운 곳에 국내 최대규모의 실내암벽장이 있었기에 자석처럼 이끌리듯 전화 상담을 했었다. 상시모집이 아니었고 당시 교육정원이 가득 찼던 관계로 2~3개월 후 시작하는 과정에 등록을 해야했는데, 당장 시작하고 싶은 마음에 교육정원 중 결원이 생기면 연락을 달라고 신신당부를 했었던 기억이 난다.
일주일이나 지났을까, 스케이트 보드에도 관심을 갖고 있던 나는 실내암벽센터의 연락을 기다리지 못하고 크루져보드를 구입하고만다.
생전 해본적도 없는 모임활동을 하기위해 실내암벽장보다도 훨씬 멀리 있는 중랑천가의 공터까지 크루져보드를 싣고 3~40분을 차를 타고 오가는 이해할 수 없는 짓을 하게된다. 심지어 결원이 생겼다는 암벽센터의 전화도 무시한채 뭐에 홀리기라도 한 듯 가까운 녹천교스팟은 있는 줄도 모른채 중랑교스팟까지 오고 갈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고 지금 돌이켜봐도 참 이상한 일이다.
아무튼 크루져보드(스케이트보드의 한 종류)에 취미를 갖게 되면서 보드 위의 자유로움을 알게되었다. 오토바이크를 탔던 때의 자유로움이나 와인딩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의 향수를 느꼈다고할까?
그래서 올 해 스키장 방문 계획을 들었을 때, 호기심이 마구 들끓어 올랐다.
사실 스노우보드도 스케이트보드와 같이 배우긴 어려워도 하루면 배울것이고 배우고 나면 꽤나 재밌는 스포츠겠지? 운동신경 아직 살아있는데 지금 아니면 언제 배우겠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럼, 수십번 넘어지고 배우러 가야지!
곤지암리조트는 우리동네에서 고속도로를 타고 탈리면 한시간 걸리는 가까운 위치에 있다. (교통비가 얼마 안 드는 이점, 우리나라에 산이 많은 것이 겨울스포츠인들에게는 좋겠구나. 자연은 스키장을 싫어하겠지만.)
객실 내부 거실을 중앙에 두고 좌우로 방 두개, 각각의 방에는 욕실이 있는 화장실이 딸려있고 싱글침대가 두개씩 총 네 개가 비치되어있다.
이런 방을 두 개 빌려서 11명의 인원이 나누어 사용했으며 두당 5만원의 회비를 걷어 숙박과 밥, 음료비로 사용했다.
4성급 숙박시설이라고 했던가, 실내는 아주 깔끔하고 좋다. 좋은 호텔에 온 느낌이 든다. 욕실 역시 넓고 깔끔하니 좋다. 넓은 욕조가 두 개의 화장실에 모두 있는 것도 좋고 티비가 거실과 방에 있는 것도, 전망도 좋다. 웰컴서비스로 주는 물도 고맙지만 전기가스렌지의 불이 너무 약해서 라면물 데우는 것도 세월아 네월아 너무 오래 걸린다. 또 고기 굽는 것을 싫어해서 집게를 놓지 않았다.
기왕이면 번거롭더라도 휴대용가스렌지를 들고 가는 것이 속 안터지고 좋다. 물론 적은 인원이 갈 때는 전기인덕션도 충분하다.
샴푸와 바디워시와 비누는 비치되어 있다. 드라이어도 있고.
치약칫솔이나 개인 위생도구는 따로 준비해야한다. 연인과 함께 왔으면 즐거웠을 것들 투성이인데 만끽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여럿이 움직이면 일이 많아지는 것이 불편하긴 해.
로비에서 등록 및 퇴실 절차를 거치면 되고, 차량이 여러대일 경우 한대는 지하주차장 이용이 가능하지만 나머지 차량은 실외 주차장을 사용해야한다. 사진에는 나오지 않았으나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오른쪽 미니데스크에서 나머지 차량의 번호를 등록한 후 실외주차장에 입차할 수 있으니 참고하여 이용하시기 바란다. 스키장가는 길은 사진의 왼편이다.
스키장건물로 건너가서 먼저 입구에서 이용권을 결제한 후 이곳 부츠대여소를 만나게 된다.
이용권은 리프트와 장비렌탈 각각 혹은 묶어서 결제할 수 있으며 시간단위로 결제하게 된다. 1시간권, 2시간권, 3시간권, 4시간권, 5, 6 시간권 등등
보드복이나 스키복이 없어서 대여해야한다면 부츠를 대여하기 전에 1층의 우측 끝을 돌아 있는 옷대여소를 먼저 들리자.
리조트 이용자 50% 할인은 장비대여까지만이다. 옷 대여는 외주업체라고 할인이 안된다고 잡아땐다.
얍삽한 것들이 외주업체 하나 차리고 관계 없는 회사인 척 한다. 외주라도 리조트에 들어왔으면 협약을 맺고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해야지...
눈가리고 아웅하기다. 어쩌겠는가 여긴 리조트. 밖에서 천원 핫도그가 여기선 3500원.(배고파서 콜라 300ml(소)와 먹었더니 6천원)
엄청난 폭리를 취하는 곳이다. 스키복 상하의와 헬멧을 4시간 대여하는데 3만원인데 리조트 밖의 렌탈업체가 더 저렴하니 참고하여 밖에서 빌릴 수 있는 것은 밖에서 빌리고 살 수 있는 것은 걍 사버리자.
참고로 고글과 장갑은 대여하지 않으니 개인물품으로 준비를 해야한다. 그 밖에도 방한용품(워머나 비니)을 준비하면 좋다.
1층에서 의류대여와 부츠대여를 마쳤다면 2층 밖에 있는 보드, 스키대여소를 찾아 보드나 스키를 대여하면 된다.
부츠와 보드대여비는 리프트이용권과 함께 스키건물 입구에서 아까 결제하고 스키복은 따로 결제해야한다.
대여했다면 보딩을 즐기자.
*곤지암의 시간권&리프트권에 정설시간은 포함되지 않는다.
산 꼭대기에서 수십번 넘어지며 내려가다 앉은 자리. 어둑해지는 하늘빛이 너무나 아름답다.
정설시간에 임박해 첫 활강을 마치고 두번째 활강을 위해 올라가는 길. 엄청난 피로까지 몰려 생경하며 예쁜 광경에 절로 취한다.
제일 높은 곳에서 초중급 코스로의 첫번째 활강에 한 시간 정도 걸린 듯 하다.
수도 없이 넘어지길 반복하며 크루져보드를 타던 느낌을 가져오려고 노력한 것이 어느정도 도움은 되는 듯
두번째 활강은 많이 지쳤지만 턴을 이용한 에스자 주행을 위한 초석을 다지며 연습하고 넘어질 수 있었다.
정설시간이 끝나고 무리 중 아마추어 선수 출신자에게 너비스턴(에스활강)을 배우니 세번째 활강부터 턴을 이용해 내려올 수 있었다.
그 후로 두세번의 활강은 모두 에스활강에 익숙해지는 연습의 반복이었고 제법 보드의 콘트롤까지 가능하게 되었다.
역시 크루져보드의 경험이 스노우보드를 타는데까지 이어진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미끄러지는 판때기 위에서 중심을 잡고 판을 콘트롤 해야하는 것이 동일하나
스노우보드는 평지가 아닌 내리막을 지속적으로 활강해야하는 점이 다르다는 것을 숙지하고 유의해야한다.
이제 막 재밌게 탈 수 있게 된 시점에 결제한 시간이 모두 소진되어 아쉽게 숙소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재방문의 욕구가 크게 증진되었으며 보드장비 구매욕구가 급상승하고 있는 점, 그리고
온 몸이 두드려 맞은 듯 근육통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이 굉장한 후유증으로 남아있다.
리조트 내의 정원도 예쁘게 잘 꾸며져 있다. 스파나 다른 시설을 이용해보지 않았지만 잘 되어 있을 것이란 짐작이 든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의 시간도 나쁘지 않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오붓하고 즐겁게 보낼 수 있는 여지가 참 많은 로맨틱한 곳이랄까.
다음날 떠나기 전 바라본 스키장.
스키장은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인데 자연파괴적인 곳에서 자연친화적으로 보는 시선이 바뀌었다.
영화 달콤한 인생에도 인용되었던 스승과 제자의 대화가 떠오른다.
바람에 이리저리 휘날리는 나뭇가지를 보며 제자가 스승에게 물었다.
'스승님, 저것은 나뭇가지가 움직이는 것입니까? 바람이 움직이는 것입니까?'
스승은 제자가 가리키는 곳은 보지도 않은채 웃으며 답했다.
'무릇 움직이는 것은 나뭇가지도 아니고, 바람도 아닌... 네 마음 뿐이다.'
사족: 새로운 한 가지를 터득해 다음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연습하는 과정에는 넘어지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두 발로 걷기 위해 수천, 수백, 수만번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듯 턴을 이용한 활강 위해서 아프고 겁나지만 엉덩방아를 찧고 팔이 부러질 뻔하고 헷멧 쓴 머리가 눈바닥에 부딪히면서 나아갈 방향을 찾아야만 제대로 타는 법을 배우게 된다. 팬듈럼에만(낙엽) 익숙해지고 만족하거나 넘어질 두려움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백번을 활강해도 펜듈럼으로 탈 수 밖에 없다. 안 넘어진 사람보다 종아리도 아프고 무릎도 아프고 허벅지 안팎이 터질 것 같고 엉덩이가 마구 쑤시고 허리근육통에 시달리고 어깨와 목근육까지 안 뭉친 곳이 없어 괴롭지만 슬로프를 알게되고 이해하고 즐길 수 있게 된다.
먼저 팔다리 부러지지 않게 잘 넘어지는 법을 배웠다면 연구하고 넘어지고 일어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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